매체 | 사진
내용 | 영등포를 오랫동안 지켜 왔던 구두 공방 '동양화점'. 구두 장인의 동양화점은 사라졌지만 그와 함께했던 물건들은 남았다. '동양화점' 공간을 조성하며 고르고 분류한 물건들의 면, 면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매일 보고 사용하는 나의 물건도 이토록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더 이상 쓸모를 잃은 물건들의 의미를 기억하며 익숙하지만 낯선 모습을 포착한다.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에 동양화점이라는 구두 공방이 있었다. 나와 두명의 동료는 함께 공간조성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동양화점을 처음 방문했다. 그리고 2개월 후, 구두공방 동양화점은 당산동의 역사와 구두장인 강종수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동네박물관_동양화점’으로 재탄생했다.
40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동양화점은, 동네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로 자리 잡았나보다. 그곳에서 작업 하다 보면, 빼꼼히 들여다보며 궁금해하는 주민들을 종종 만나곤 했다.
“여기 뭐 생기는 거예요?”
“할아버지는 어디 가셨어요?”
동양화점의 구두 장인 강종수 할아버지는 지난 4월 생을 마감했다.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채 새로운, 동네 박물관 동양화점’은 이제는 주민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한 구두 장인의 역사를 품은 채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동양화점에 쌓여온 엄청난 양의 물건 속에서 각자의 기준으로 오브제를 골라냈다. 과거와 현재, 구두 장인과 주변 사람들의 취향, 흔적이 담겨있던 물건들은 작가들의 시선을 머금고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이 물건들은 동네 박물관으로 재탄생한 공간에 박제되어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다. 이 과정은 내게, 사물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던졌다. 주인도, 쓸모도 잃은 동양화점의 물건들이 박제 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사실 의뢰를 받지 않았다면, 나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었을 물건들이다. 하지만 그간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이 물건들의 다양한 면을 살피고 정리한 나의 행위는, 나와 이 물건들,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